나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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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 유리바다이종인
원래는 처음 그녀가 살짝 눈 흘기며 내게 한 말이었다
이제는 그 말을 내가 하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떠났나
9년 세월의 손톱 속에는 눈물과 웃음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 지워버린 폰번호부를 찾아갔다
겨우 5485 끝 번호가 추억의 덫이 될 줄은 몰랐다
가을이 되어도 농민이 갈아엎어 버리는 곡식의 밭에서
새들은 한 알이라도 더 먹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고
우리 서로 오르내렸던 바다도 산도 아닌 곳에 앉아
붉은 노을 속에 너의 눈물과 웃음을 섞은 물감을 뿌려대고 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암 그래야지
그만하면 나를 향해 품고 있던 너의 가슴앓이 하나로 충분하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음을 숨 쉬는 공기 속에서 고백하노니
스스로 돌아보아도
육체의 눈으로 보면 정말 나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별도 없이 떠난 너를
자꾸 미안해져 나는 철저하게 혼자 살고 있다
이리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더 잘해줄 걸, 더 말이다
인생은 눈물 삼키며 후회 없는 혼자가 더 행복한 법이다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아픈 상처를 아무려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