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짐승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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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짐승이 무서웠습니다 / 유리바다이종인
어릴 적에 꿈만 꾸면 외롭게 들길을 혼자 걸어가도 짐승이 달려들었고
나는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이빨을 드러내며 쫓아오는 짐승들의 색깔은 왜 하얀 빛깔이었을 까요
공중으로 올라가던 백룡이 나를 삼키려고 유턴하며 내려와 쫓아왔습니다
늘 흰옷 입은 누군가에 의해 백룡이 사라지고 나면 나는 깨어나
늘 이불 위에 오줌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울 엄마는 원래 성장하려면 그런 꿈을 꾼단다 보약을 지어 먹였으나
나는 40대 나이에도 그랬고 그 후 시인이 되자 그 꿈은 멈췄습니다
지금은 짐승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통을 칩니다
다만 짐승이 하얀 흰 옷을 입고 사람에게 나타나는 세상이 걱정스럽니다
흰색 안에 든 검은색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세에 이르면 백세 안에 죽는 것은 저주받은 것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 백세 시대를 맞고 보니 마음이 떨립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남은 시를 다 쓰지 못한 채
갑자기 부름을 받고 떠나는 것은 아닌지 하여
나의 글은 이제 유서처럼 쓰기로 하였습니다 누가 알든지 모르든 간에
수명보다 더 걱정인 것은 내 글이 아직 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요즘도 짐승이 무섭습니다 가끔 사람 사는 도심까지
내려오는 멧돼지 그러나 요즘은 사람이 더 무섭다 하더이다
세상이 무서운 세상인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