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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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詩 / 유리바다이종인
세상이 다 잠들어 있는 칠흑 같은 밤이었다
내가 쓴 글 하나가 하도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책상에 든든 묶어 두었는데 목줄을 끊고 뛰쳐나갔다
불임의 시대에 또 입양하여 키우면 되지만
9천9백9십 아홉 개의 글을 들판에 남겨둔 채 잃어버린
그 한 개의 글을 찾아 절벽을 타며 세월을 보냈다
포기하지 않는 계절은
서로 옷을 바꿔 입어 가며 나를 찾아오곤 했다
다 있어도 한 개만 모자라도 있으나 마나 한
생명의 수에 얽힌 슬픈 만족이여 행복이여
어느 세월의 강가에서 시체로 떠밀려온 글을 발견하고
나는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아 찾았네 찾았네
그 들판에서 9천9백9십 아홉 개의 글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처를 씻어내며 예쁘게 염을 하였다
자유라는 것이 너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었구나
그 말하는 찰나, 하얀 세마포에 싸인 시체가
심장이 뛰고 따뜻한 피가 돌며 일어서고 있다
글의 시체가 다시 숨을 쉬며 부활하고 있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부활의 기쁨을 누리셨군요
저도 자꾸 도망가려 합니다
오타가 계속 납니다
이러다가 이마저 써지 못하는것 아닌가 두렵습니다
손가락이 움지이는 한 써고 싶습니다
우리모두 사랑합니다
건강들 하시길 바랍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그래서 온 들판이 시가 널려 있어요
잃어 버린 것 찾지 말고 다시 쓰셔요
이종인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