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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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연습
-박종영
논두렁 풋콩이 가을 하늘을 끌어내려
수잉기(穗孕期) 배부른 벼포기 다독인다.
어깨너머 귓전으로 들리는
논병아리 짝짓는 소리 야릇하여
물꼬 낮추는 농부의 삽질이 외로 흔들린다.
선선하게 살찌는 바람 붙잡고
익어가는 저 풍요로운 열매들
물굽이 환한 가을강에 새 생명을 들어 올리고,
고향 파란 잔등에 핀 갯메꽃
청청한 향기 기억하게 낮게 몸을 숙인다.
바람은 순수하게 불어와 가슴 출렁이게 하고
산새들의 울음이 이슬처럼
매달리는 산아래 초가집,
허허로운 마당엔 앉은뱅이 풀꽃이
한 개의 목숨으로 세월을 연습하는 초가을,
바라볼수록 낯익은 산천경개가 사뭇 의젓하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나에게 청년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청년의 마음인데 날 보고
할머니라 부른다
처음에 나 아니다 했는데 보는 사람마다
할매 라고 부른다
할매 맞는가 보다
받아드리고 살아야지
어쩌나 피해 갈 수 없다
감도 익어야 닳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세월 경험이라 하지 않고 세월 연습이라 하시니
참 새롭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