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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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서울
ㅡ 이 원 문 ㅡ
뭐시갱이
이게 다 뭐냐 복잡하고
거미줄 보다 더 엉킨 세상
웃는 사람이 안 보이네
이 많은 차는 누가 탔길레
이렇게나 많고 다 어디 가는거냐
미루나무보다 더 높은 집들
저 속에서도 사람이 살까
나 같으면 승기증나서 못살겠네
보이는 것이라고는 까치 집 같이 높은 집
신장로 많은 이 곳이 서울이라더냐
사람도 많구나 저 많은 사람 다 뭐 먹고사니
앞도 뒤도 없는 동네 서울이란 곳이 이런 곳이냐
흙 없는 바닥 하늘도 제대로 못 올려보겠구나
이렇게 차에 실려온 동네 뭐 보고 여기에서 살까
그래도 에미 사는 너희 자란 곳은 산도 있고 냇가도 있고
때 되면 심고 거둬들이니 양념가지에 먹을 것 많고
이웃 우물에 물 퍼먹는다 누가 뭘하나
파란 들녘 앞 뒷산에 철새 우는 소리
계절 따라 꽃피는 나 사는 동네가 제일 아닌가
이웃 많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 드는 동네
다시는 서울 안 온다 너희들이나 잘 살아라
그래도 우리 아이들 서울에서 산다 자랑 했는데
이렇게나 숨 막힐 줄 몰랐었구나
계집년들은 버릇 없이 사리지 않고 그리 벗고 다니는지
숨 막히고 불편한 몸 이 몸을 어찌할까
나 내일 데려다 다오 다시 내려 갈련다
나 내려 갈련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저도 내 집이 좋은데 아들 딸이 자꾸 오라고 하니 안 갈 수도 없고 그러네요
좋은 시 잘 감상 했습니다 이원문 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사람마다 물어보면
대부분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좋다고 하지만
가슴 한 켠엔 늘 고향으로 가는 길
찾아가고 있지 싶습니다
고운 금요일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