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항아리에 자지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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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항아리에 자지러지다.
노장로 최홍종
처음 길이라 그렇게 설레고 힘들고 난감했었지?
을씨년스런 날씨에 눈발도 여기저기 시골길을 날름거리고
힘깨나 쓴다는 품삯 받은 장정들도 기진하고 맥진하여
심술을 피우는지 행패를 부리는지 되돌릴 핑계를 찾는지
엄중한 옷깃을 여미며 슬쩍 도둑같이 눈치 챌까
친정어미가 넌지시 윗목에 슬쩍 실어 놓아
바닥에는 하얀 명주 솜털이 살포시 놓이고 아무라도
긴요하게 급하게 쓰일 때가,
귀띔해 알았지요.
하얀 백자 항아리에 부끄러운 엉덩이가 올라타자
함빡 꽃을 그려놓아 아무도 쉬쉬 하는 순간에
처음보고 살갗을 만지면 자지러져 나자빠지고
억億 소리 나는 충격에 흠칫 깜짝 놀라기도
고이 모셔둔 귀한 걸 담아 슬그머니 벽장 속에 감춰둔
상상은 얼토당토 뒤죽박죽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딱 거기까지만 용납은 하지만 허락할지는 모른다.
더 이상 세속을 헤매며 부끄럽고 어려워지면
엄중하게 경고하여 나무라고 삼가길 빈다.
잘못 짚었습니다. 그런 쓰임이 아니랍니다.
자지러지게 놀라시고 그만 예쁘게 보아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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