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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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일기
ㅡ 이 원 문 ㅡ
도토리 묵은 한겨울의 귀하다 귀한 음식
백 년 손님 밥상에나 올릴 음식
일거리 많은 이 음식 누가 만들 음식인가
더러는 묵 만들어 팔았던 음식
몇 날 며칠 오늘은 도토리 따는 날
형아는 나무 메 미고 우리들은 자루 들고
어머니 할머니는 소쿠리 들고 윗 산으로
뒤 따르는 누나들 얼마나 따올까
높은 상수리나무 메로 밑둥 퉁 치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
바닥에 깔린 도토리를 줍고 안 주울 것이 어디에 있나
잎 섞인 도토리 자루에 담고 또 담아 자루에 가득
말벌에 뱀 그 무서웠던 앞 산 기슭이 아닌가
일 많았던 도토리 잎 골라내어 씻어 멍석에 널어 말리면
이제는 껍데기 까기에 큰일 큰 걱정
이 많은 도토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껍질을 다 벗기나
뻰지로 벗기고 입으로 벗기고 망치로 두드리고
그렇게 저렇게 식구들 모여 다 벗기면
그 다음은 절구로 찧어 우물둥치의 물에 담가
몇 날 며칠 울거내어 앙금 거둬 말릴 일
장독대에 이리저리 정성스레 펼쳐 말렸던 도토리 가루일까
묵 쑤면 그냥 쑤나 기술이 있어야 하는 묵
가마솥 불 조절 물 조절은 할머니의 몫
할머니의 기술이 필요했던 그 때의 그 묵
눈 쌓인 겨울날 도토리 묵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도토리 묵 감이 엄두도 못합니다 우리는
묵은 막 있지요 그래서 묵 장수도 살고
내일은 도토리 묵 사려고 가 볼까요
추억이 감도는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원문 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요즘 도토리와 알밤이
산길에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정작 다람쥐는
도토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운 시월 보내세요~^^
노정혜님의 댓글

저희는 요즘 밤줘러 다녔습니다
저는 다리가 아파 산에 오르지 못하고 우리님이 줘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밥에 넣어 밥을 지어니 밤 밥이 참 맛이 있네요 어제는 밤 까다가 손을 조금 다쳤네요
가을은 뵈는 곳마다 부자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