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 패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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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감염 패혈증 / 정건우
팬티가 문제였던 것일까?.
메소포타미아 평원 같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를 종으로 양단한 적토인지 적벽돌인지 모를 둔중한 장벽이 십수 미터 높이로 끝이 없다. 장벽의 윗동은 수 미터 높이로 잘려 깜깜하다. 이곳이 바닷속인지 하늘 아랜지 구별할 수 없다. 어디서 본 듯한 쐐기 문자가 격자 형식으로 온 적벽에 빽빽하다. 삶이란 것은 결국 죽음에서 포화된다는 귀납적 해석의 총서 같을, 노련한 장인이 예리한 도장 칼로 한끝 한끝 저민 문자의 사면이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눈이 터질 것 같다. 그랜드 캐니언 같은 협곡을 크게 휘돌아 나갈 때부터 장벽 중간 층위에 마치 李箱의 詩 烏瞰圖 第 四號가 양면 대칭으로 조판된 듯한 문자가 해독되기 시작하였다. “머지않았다”. “머지않았다”. 그 수메르 문명의 계곡을 시속 이십 킬로미터 속도로 훑고 지나갔다. 가도 가도 끊이지 않는 적벽의 빛나는 굴곡과 진공 속에서 더욱 쨍쨍하게 반사되는 문자가 눈앞을 또렷하게 막아서는 것이었다. 이렇게 가다가 가다가 끝내 죽으리라는 생각이 솟구치던 어느 순간, 누군지 모를 아주 귀에 익은 나직하고 무거운 질감의 소리가 들려왔다 “머지않았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중환자실 둘째 밤이었다.
망막한 우주 한쪽에 내가 떠있는 듯하다.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는 진공 속에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는 한 지점을 응시하고 있었나 보다. 흰 점 하나가 보였다. 저게 솟구치려 하나?. 꼼지락대던 흰 점 하나가 솟구친다.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흰 점은 가느란 철사였다. 우주 창공 어느 별자리까지 솟구치던 철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내리 꽂히기 시작하였다. 씨부랄 내 눈이다. 내 눈을 꿰뚫겠다는 작심인지 명확한 궤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 속도의 공포에 똥오줌을 지리며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그때, 눈앞 몇십 미터 전방에서 철사가 두 갈래의 수직으로 쪼개지더니 수천만 가닥으로 분해되는 것이었다. 수천만 철사 가닥에서 뭔가가 종기처럼 툭툭 불거지는데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괴물이다. 이것들이 사방에서 나를 에워싸며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 소리로 달겨들며 넓적다리부터 물어뜯었다. 똥구멍이 말려 올라가는 고통이 왔을 때, 누군지 모를 아주 귀에 익은 나직하고 무거운 질감의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있지 말고 무어라도 해라” 나는 어금니가 빠지도록 고함을 쳤다. “물러서라 이 개새끼들아”. 갑자기 하이에나 울음소리가 그쳤다. 괴물들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이빨을 내 살 속에서 빼내며 역재생되는 동영상처럼 합체되며 물러가는 것이었다. 아주 가느다란 철사 포물선이 저 아래쪽 우주 한구석으로 사라져 갔다. 오른쪽 목을 뚫어 주렁주렁 매단 정맥 주사와 소변줄과 기저귀를 찬 내가 순간 구십 도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간이침대에서 자던 아내도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간호사 세 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칠십이 병동 전체 환자가 잠을 깼다. 새벽 세시였다. 어마어마한 설사를 했다.
모를 일이다. 빨래통에 던져 놓은지 일주일도 더 지난 팬티를 다시 주워 입게 된 내력을. 팬티 위로 쏟아지던 뜨거운 햇살 때문이었을까? 뫼르소의 살인 충동을 무아지경으로 유발한 그 햇볕의 무한정한 의미. 예순둘, 나도 아내도 방치해 두었던 내 본능의 불가침 영역을 깊숙하게 치고 들어온 게릴라 같은.
댓글목록
이강로님의 댓글

힘든 시간의 유영을 ,그 것,. 휙 날아온 여러 개 화살 같은 언어를 맞고 깊은 안쪽이 저려오네요.
건필 빌겠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강로 시인님. 죽다 살았습니다. 아직도 치료는 멉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아차 방심하는 사이에
일이 생기고 사단이 발생하지 싶습니다
그나마 의술이 발달되고 본인의 의지가 있어서
치유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고운 시월 보내시길 빕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안국훈 시인님, 격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