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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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고지 / 정건우
의자를 바짝 끌어다 앉은 채
내 죽음을 예보하는 의사 눈동자가 막 헹군 머루 같다
며느리 삼고 싶은 댕돌같은 이마다
아버지 피가 전부 상해서 아주 많이 안 좋아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더 큰 병원으로 가시라 조치도 했어
일가친척 모두 부르시라 어머니께 미리 일러두었어
말을 딱딱 끊더니, 잡은 손을 맥없이 놓는다
나머지 변수가 뭐야?
아버지가 갖고 계신 에너지의 크기
이런 수치면 정신이 벌써 나갔을 거란 얘긴데,
복도에서 목소리가 큰 첫째의
주민등록 번호를 나는 또박또박 외우고
며칠 전 퇴고한 시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읊으며
전원 할 병원에서 보내온 구급차에 올랐다
내 임종 고지를 들고 온 일가친척들이
방울토마토처럼 몰려왔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열심히 살더라도 언제가
한번은 올라야 하는 마지막 고지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다면 축복이지 싶습니다
남은 시월도 행복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그렇습니다..
가끔은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고 묵상하는 것도
생을 성실히 살아가기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비 오는 화요일에 죽음을 묵상하며 다녀갑니다..
이강로님의 댓글

시인 버언즈는 "인간은 슬프려고 태어났다"고 했지요.
더욱 강건하시고 문운 창창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