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어둠의 길
ㅡ 이 원 문 ㅡ
다 비우고 내려놓는 날
이 많은 것 눈에 넣고 어떻게 가나
떠나는 날 내 아이들이 이 에미의 정 끊어줄까
이 아픈 몸에 앓는 소리 아이들에게 눈치 보이고
절로 나오는 앓는 소리 나도 듣기 싫다
엊그제만 해도 뭉쳐지고 끌리는 몸 끌고 나와
마루 끝 하늘을 올려 보았는데
이제는 그나마 몸이 말을 안 듣는구나
바깥 구경도 엊그제로 욕심이 부끄럽고
숨 거두면 그만인데 그것도 그렇지 않구나
그 눈치 그만두고 식구들에게 죄 짓는 마음
어느 날은 싸우는 소리 이 나를 두고 싸웠나
큰 소리 날 때마다 가슴 철렁한 몸
쇠 심줄 보다 더 질긴 목숨 왜 이리 안 끊어지는지
아이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며칠만 더 참아 다오
곡기 끊어질 날이 얼마 않남은 것 같구나
입이 타들어가고 뒤집질 못하겠어
이제 들어온 것 못 먹을 것 같으니 그 물 그릇도 내가거라
너희들도 그만 에미의 정 거두고
사흘의 정 두면 뭐하겠니
나는 너희들 정 못 거둘 것 같으니 가슴에 넣고 가련다
그리고 방 안에 내가 쓰던 물건 다 내다 버려
내 뱉은 기침 그릇은 불 아궁이에 넣고 태우거라
오늘 밤부터 그 앓는 소리 안 들릴 것이다
그런 줄 알고 얼굴들 펴고 살아라
짧은 세월 이 잠깐을 아이들아 누구 없니 없니
한마디 끊고 나니 이제 입이 안 트여 안 트이는구나
아이들아 내 아이들아 숨이 가뻐 숨이 몰아 쉬어지는구나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아픔니다
아이들은 부모 마음 만분의 일이라 알까
부모 없이 태어난 생명 없는데
자식 소식들은지 오래
지금의 노인들의 삶입니다
효는 어디갔는지 요양원 데려다 주는 사식은 있어도 저희들 집에 가지는 자식 많지 않습니다
저희도 늙은날은 오는데 외국여행이 줄을 서는데~~~
하영순님의 댓글

어두워도 마음이 밝으면
세상이 밝습니다 밝은 마음으로 살아 갑시다
이원문 시인님
백원기님의 댓글

안타까운 장문의 시, 어둠의 길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