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휘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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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휘젓는 사람들
노장로 최홍종
땀에 푹푹 찌는 더위에 진저리를 치던 여름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줄행랑이고
모두 뽐내며 한껏 멋을 내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엉덩이는
금방이라도 펑퍼짐한 청바지 허리춤이 흘러내릴까봐 걱정이고
손은 연신 삿대질 이상야릇한 몸짓은 신들린 춤꾼들
누구에게 쳐주는 지 알 수 없는 박수소리
겨우 잠이든 아름나무의 정적을 깨어 눈살을 찌푸리고
인정도 사정도 볼 것 없이 괜히 나무둥지에 분풀이 시비이고
잠이 들깬 악쓰는 대쪽 같은 울림은 소음인지 음악인지
자기 딴은 콩나물을 즐기며 유쾌하게 산다지만
핸드폰 클래식 음악도 소리한 번 듣고
얼굴 한 번 쳐다보고
과연 저 여인이 저 음악을 이해하는지
갈아입는 것을 잊어먹은 머리 허연 늙은이는 지나칠 때마다 퀴퀴한 냄새가
게임소리에 흠뻑 젖아 뿡뿡거리지만
누굴 못 잡아 뒤에서 쫓아오는 종종걸음 위태로워
죽을 똥 살 똥 앞만 보고 내달리는
남이야 보든지 말든지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누가 뒤 좇아 뛰어오는 것도 아니건만
둘러앉은 아낙들의 뺨이라도 후려칠 것 같은
목쉰 우렁찬 뇌성벽력 소리는 싸움이라도 난 줄 알고 가까이 가보면
금방 미친 고요가 우프다.
내입으로 내가 떠드는데 누가참견이고 간섭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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