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에게 쏘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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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에게 쏘이던 날 / 유리바다이종인
하늘이 노랗게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오래전 산길을 걸어가는데 예쁜 희귀종 춘란을 발견했다
자세히 내려다보는 순간 벌떼가 달려들었다
벌침이 군데군데 찔러대자
나는 겉옷을 벗어 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운 채 헬리콥터 날개처럼 돌렸다
30여분이 지났을까
맥이 다 빠질 무렵 벌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엉금 기다시피 산을 내려오다 마른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이제는 땅속에다 몰래 집을 짓고 달려들며 지랄이 지랄이냐
그 후 코로나가 왔다 국민을 향해
아무 걱정 말고 일상생활 잘하라고 시키던 문재앙 그 사람을
나는 지금도 삶은 소대가리처럼 싫어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나
하얀 우주복 입은 사람이 찾아와 내 콧구멍을 쑤시고 갔다
음성판정이 나오자 마치 이럴 리 없는데 걸려야 하는데 바라듯이
두 번째 또 찾아와 콧구멍을 쑤셔대고 갔다
아무 이상이 없자 나는 감금에서 해제되어 밖을 나올 수 있었다
혹 코로나 음성반응이 그때 식겁했던 벌떼의 독침 때문은 아니었을까
벌침보다 인간의 독이 더 지독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나의 면역은 늘 준비되어 있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무릎 관절에 벌침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면역력 향상에도 좋은가 봅니다
"자연은 우리의 살에 활력과 희망을 주는 은총이다"라고
세익스피어가 말한 게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행복한 마지막 시월 보내시길 빕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코로나가 사람 마음의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산에 벌초 가서 벌에 쏘여서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 큰 행운이지요
좋은 아침 유리바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