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瀟灑園) 기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소쇄원(瀟灑園) 기행
-박종영-
소슬바람이 산자락을 흩고 내려와
오곡문(五曲門) 담장 아래 맑은 계곡물
연못에 떨어지며 세파에 저린 마음 비우라 한다.
비 갠 하늘 상쾌한 달빛 즐기는
제월당(齊月堂) 한편에 신우대 바람타는
청단풍이 북채를 다듬고,
부귀영화 신선들은 목청 다듬어 소리를 뽐낸다.
청량한 산바람이 주인을 부르는가
광풍각(光風閣) 추녀가
계곡물에 닿을 듯 드리워지고,
푸른 이끼 돌난간에 가로 놓인
외나무다리 흔들림이 위태롭다.
양산보(梁山甫)의 넋이 서린
별서정원(別墅庭園) 옆자리
왕대숲 푸른 웃음소리에 연인들이 넘어지고,
눈빛 웃음 아득히 하늘가에 맴돌아
붉게 핀 배롱나무 무색하여 외로 비비 꼬인다.
그림 같은 무등(無等) 벌이 어디인가
구름을 이고 달리는 잔물결이 세파이던가,
별뫼 아래 식영정(息影亭)에 둘러앉아
성산별곡(星山別曲) 읊조린
송강(松江)은 어디 갔을까?
천년 바람이 황금 노송 껴안고 서럽게 운다.
오늘도 달빛 강으로 빠져드는
소쇄원(瀟灑園)의 쇠한 바람 소리
지친 세월을 다독인다.
2024. 더운 여름 소쇄원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