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마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갯벌의 마음
ㅡ 이 원 문 ㅡ
날마다 오는 그 하루
하나의 이 세상 한 번 왔다가는 인생인 것을
어디 물 밖 한 번을 제대로 못 나가보는 하루
물 속에 무엇이 들어있고
그러는 이 가슴에 무엇이 들어있나
그래도 물 속은 썰물이 되면 들여다 볼 수 있지 않나
썰물이 없는 이 가슴 속 세월만 아는 가슴속의 것을
누가 알고 누가 헤아려줄까
물에서 물로 갯벌에서 오막살이로
든 것이라고는 바구니 하나 무엇을 들었나
굴이 아니라 바람만 담긴 날도 있었고
갯것이 아니라 흙만 묻혀온 날도 있었다
파도에 띄우고 갯벌에 던져진 인생
내다보면 바다요 올려보면 하늘이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갈매기 울음이고
그러는 파도 소리는 힘들 때마다 들렸다
낳아 자라 섬에서 섬으로 붙들린 두 번의 인생도
갯벌에서 오막살이로 물만 바라본 인생이 아닌가
세월이 덮어도 다 못 덮은 인생
어느 날은 바다가 새롭게 보였고
바라보는 앞 섬도 들리는 파도 소리도 새로웠었다
문득 정신 차려 든 호미에 밀물이니
뒷밭에 나가 씨 뿌리고 풀 뽑아야 하지 않나
내려다 보이는 갯바위 저 갯바위는 이 마음을 알까
울어 대는 아이가 무엇을 알겠나
바람이라도 불면 거센 파도가 씻는 모랫 길
다니던 길은 씻어도 이 마음은 왜 못 씻나
육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 누가 있어 떠날까
나가서 살고 싶어도 섬 년이라 소리 듣기 싫을 것이고
더구나 글을 모르니 남들이 얼마나 무시할까
이대로 살아야 하는 인생 쥔 것도 든 것도 그 아무것도
굴 바구니 하나 든 것마져 세월이 빼 먹은 껍데기만 가득하니
다 왔다 가는 꿈인가 빈 껍데기 버리면 덜렁하니 바구니 하나
빈 바구니 같은 인생 그런 세월 저런 세월 모두 모아 갯벌에 묻는다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못난것들을 소리없이 받아주는 선량한 갯벌인가 봅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가슴에도 썰물 길을 만드셔요 이원문 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누구나 똑같이 찾아오는 하루지만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행복이 다르지 싶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고향의 추억이 있기에
가는 가을도 찾아오는 겨울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