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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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의 양지
ㅡ 이 원 문 ㅡ
어멈들아
내일일랑 김장 날 잡았으니
아침 일찍들 해 먹고 집으로 모이거라
아이들 핵교 갔다 오면 할미 집으로 오라고 하고
올 때 집에서 부엌칼 가지고 오고
그래야 배추 다듬고 무다듬지
둘째는 너 올 때 손 절구 가지고 와
마늘은 들고 온 손 절구로 찧으면 되고
큰 아범 작은 아범은
뒷밭에 무 배추 쌓아 놓은거 지게로 져 날러라
담 밑 양지에 쌓아 놓아둬
그래야 어멈들하고 다듬지
큰애 너 뺀질이년 어디 도망가지 말고
막내년하고 파 다듬어 도망가기만 해봐라
둘째 년 너는 마늘 까놓아라
갓은 내가 다듬어 놓으마
고춧가루 한 말 그만큼이면 쓸만큼 쓰고 남겠지
그리고 큰 아범은 앞 개울 바위 있는 쪽으로
물 많이 들어오겠금 깨끗이 치워 놔
그렇게 해 놓아야 절인 배추 씻어 올려놓지
굴 새우젓은 얼마나 넣어야 하나
작년보다 좀 더 넣어야 하나
낼랑 밤에 무 채 깍뚜기 썰을 준비 해야겠구나
김치 광은 작년에 쓰던 것 쓰고
작은 아범 보고 무 구덩이나 파 놓으라 할까
막 버무림에 항아리 두 개 동치미 독 하나
속 넣은 배추 넣을 김치 독은 세 네개쯤
세 네개 씻어 엎어 놓으면 되겠고
그럼 뭐가 빠졌나 동치미는 한 독이면 되나
생각이 안 나네 아 생태가 빠졌구나
올해는 생태 좀 사다 김장 포기 깊숙히 끝 독에 박고
늦도록 삮혀야겠구나 설 무렵 꺼내면
가시가 삮어 제 맛이겠지
자 그러면 생각에 준비는 다 된 것 같은데
밤새 준비하여 내일 속 다 넣은 다음 떡이나 해 먹어야겠구나
시루떡 해서 먹은 다음 남은 것은 어멈들 나누어 줘야지
일 년의 부엌 농사 온 식구가 모여서 해야 할일
종갓집이자 큰 집이라 하니 왜 이리 일이 많은지
있으나 없으나 나누어 줄 것도 많고
때마다 명절에 한식 날 제사도 그렇고
가문에 흉 될까 체면 지킬 것도 많은 집
손에 물 마를 새 없는 집 이 김장 끝나면 한숨 돌려지겠지
댓글목록
노장로님의 댓글

김장 다 했네요 ㅎㅎㅎ
김장하는
그림이 눈에선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ㅋㅋㅋㅋ
하영순님의 댓글

양지 바른 곳에 모여 김장하는 모습이 정겹고 좋았지요
이원문 시인님 좋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