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풍경 / 향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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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풍경 / 향일화
가로수 길들이 노란 언어로 시끄럽습니다
노을에 젖은 풍경처럼, 잘 빚은 밀주처럼
푸르름을 깊게 들이킨 시간이
저리도 붉은 유서를 남기는
맘 아픈 가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열린 노란 은행들이
눈물처럼 툭, 떨어질 때
내 믿음도 흐트러질까, 흠칫 놀라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수다처럼 뿌렸던 씨앗이라든지
풋내 나는 열매들이
어설픈 노질로 강어귀에 닿을 때쯤이면
내 안에 그대도, 가을빛으로 물들어
뒤따르는 금빛 물살로 뒤채며
내 중심 안으로 길을 내겠지요
단풍진 노란 길을, 함께 걷는 마음으로
한 발씩 내딛습니다
따사로운 늦가을 볕이
탱자나무의 담벼락을 걸어가는 길목에서
그 향기를 손에 물들도록 비비면서
나이테를 새겨 만듭니다
뗏목을 만들려고 베어낸 밑둥치,
그 나이테의 판에 바늘을 살짝 올리면
온 거리로 울려 퍼질 것 같은 노랫가락이
그대 만날 수 있는 따뜻한 계절로 길을 열어주겠지요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단풍 놀이 멀리 가지 않아도
매일 거니는 경대 교정이
나뭇잎이 예쁘게 익었더니
지금은 낙엽으로 거리를 휩쓸고 있습니다
지금 초 겨울 초 겨울 감기 조심 하셔요
요즘 날씨 변덕이 많습니다
향일화 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어느새 초겨울을 맞이했지만
들판과 산자락은
여전히 늦가을의 정취 묻어납니다
오색 단풍잎이 떨어진 오솔길 걷고 싶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온 세상이 낙엽 세상 입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깼다가
해가 지면 소리 없이 세상이 고요한가 봅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인생에 영원한 봄은 오겠지요
수런수런 이야기 무성하던 인생의 계절도 잘 빚은 밀주처럼 몰래 익어가겠지요
모르는 자는 모르고 아는 자는 그 술맛을 반드시 보겠지요
지난한 사람의 삶
문득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말씀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