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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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겨울 / 유리바다이종인
언제 꽃이 피어나기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꽃은 피어도 지는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봄은 그대로 방탄복을 입은 채 겨울을 맞이했고
탈세를 거듭하며 다음 봄을 세습하기 바빴습니다
임금이 몽진을 떠나던 날
갈대숲 사잇길로 종일 비는 내리는데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 싸우고 있습니다
힘센 자들이 임금을 겁박하고 자기들끼리
편안히 왕노릇 하며 자손만대 복락을 누리는 게지요
자식이 부모를 우습게 여길 때
이미 개판으로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만
2024년 겨울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토의 3분의 2가 이미 붉은 깃발로 가득합니다
왕의 계엄령 선포가 좀 더 일찍 내려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예나 지금이다 왜 싸우고 살지요
보는 이 피곤하게
12월 잘 보내셔요 유리바다 시인님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하영순시인님 잘 계시는지요 안부 드립니다
말이 겨울이라고는 하나 요즘은 통 글도 쓰기 싫고 입맛이 없어 아침을 자주 건너뜁니다
하긴 수십 년 동안 하루 한 끼 먹어왔으니 특이체질은 맞는가 봅니다
빙원에서도 그러더군요 검사 항목에서 정상으로 나오니까...
속이 비워져 있으면 오히려 정신은 맑아집니다
감각 없이 사는 인생이 되기 싫어서 늘 깨어 있고자 나는 오늘도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 누구랑 싸우느냐
혈血과 육肉이 아닌 바로 내 안에 무시로 꿈틀 싹이 트는 악惡, 바로 그놈이지요
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