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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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 정건우
인중이 선뜩하였다
콧수염을 밀다가 또 베인 것이다
잘 익은 고야 껍질 같은 피가
저번에 남긴 상처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칼에는 기억력이 없다
서슬 푸른 빛깔이 그저 고고할 뿐
나는 이제 골을 내지 않는다
너는 강요하지 않았다
너는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더운 숨길을 한 번도 내게 보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널 끌어당긴 건
언제나 나였다
널 생각하고, 품으며 나는 후회가 많았다
나는 다시 상처를 봉한다
베이고 피 흘려도 너는 온전하게 빛난다
너를 간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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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칼은 칼일 뿐이다
손에 쥔 칼이나 마음속에 품은 칼은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