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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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 정건우
예전엔 여기도 길이었으리
낙엽 사이 바람도 흙이 되던 시간을 밟고 간
땅 위에 모두 살아 있었던 것들
그 분분했던 발길 있었으리
비와 바람과 햇볕과
지나가는 것들이 길을 내고 또 다른 흔적 위에
다시 길이 얹히고
내려앉은 것들이 쌓여서 탑처럼 생긴
고적한 지층
더는 가지 못할 발길의 슬픔과
바람의 등을 타고 가는 마음의 자유가
공존하는 이 직립의 경계선에서
저마다 다른 절박함으로
층층에 쌓여 있는
저 견고한 생각의 단면斷面들.
댓글목록
이강로님의 댓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특히 마지막 련의 "저마다 다른 절박함을....견고한 생각의 그 절벽으로"까지 이끌어 주신 정건우 시인님의 저력!!을 잘 감상했습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정건우선생님
아.. 글이 정말 감동입니다
절벽도 길이 된다는...
낙엽 바람 흙이 쌓여 단단한 바윗돌이 되기까지 우리 어찌 살아왔을까요
참으로 지난합니다
하나 순간 한번 손으로 휘 저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피조 인생이라 보아집니다만
시인님 부탁드립니다
자주 오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