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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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길은
떨어진 칼바람으로 마른 잎들을 여기저기에 식물채집처럼
살얼음 꾹꾹 눌러 놓았다
발걸음마다 발밑에서 얼음 새는 소리가 났다
새소리는 어디 멀었고
간혹 뒤로 누군가 지팡이 곧은 소리를 냈다
단풍 같은 시절이 있었을까
내장사 계곡의 물은 빛나는 수은 알갱이로 작은 구슬을
아직도 조용히 꿰고 있다
간혹 자잘한 그런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문득 정읍 수성동 작은 외숙이 생각났다 그리고 여름 한밤 오줌 잔뜩 지린
속옷을 어찌하지 못해 쩔쩔매다 결국 모기장 속에서 아침까지 나오지 못했던
수모의 아침을 떠올렸다
내려오는 길
낮아진 바람이 쨍하고 햇빛의 푸른 소리를 가져와 우화정 살얼음 연못 위에 올려놓자
떠나려는 계절이 단단히 묶은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좋은 시 잘 보았습니다 이강로 시인님.
얼음처럼 엄정한, 곧은 것은 냉엄함에서 발현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