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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찾아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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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5-01-19 01:29

본문



심야에 찾아온 사람 / 유리바다이종인



초인종이 몇 번 울렸다 리모컨을 정조준하자 현관문이 열렸다 

전설의 고향 같은 백발의 한 여인이 서있다

같이 술 한잔 하자며

큰 그릇에 오징어 무침회를 풀어놓는데 붉은 양념이 진동했다

나를 생각하면 유독 술을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옛날의 내가 아니라 했으나 자꾸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내 눈시울이 사과 식초처럼 젖어들고 있다

나를 생각하면 세월 모퉁이 골목길에서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무침회 참 맛있네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걸 어찌 기억하고 맞춤으로 가져왔노

세월은 처음부터 없었으나 사람이 세월을 만들어온 것이다

술한잔 하자고 먼저 찾아온 사람이 나보고 술을 참아라 한다

안개 자욱한 골짜기 초가 마당에 멍석을 깔고 마시는 기분이다  

그래 몸은 좀 어떠노 

인공관절을 넣은 양쪽 무릎의 수술자국을 내게 보여주고는

술 그만해라 밤이 깊었다 나 그만 갈게 

막내 누나가 내 책상 위에 붉은 스카프를 깜빡 두고 갔다

내 눈은 뿌옇게 흐려져 그 스카프가 

일부러 염색한 백발의 머리카락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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