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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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 유리바다이종인
경서에 보면 독수리가 새끼를 높은 절벽에서 떨어뜨리고
맹수도 그리하여 어미를 향해 올라오는 새끼만 거둔다고 비유합니다
처음부터 그럴 필요 없었으나 세상이 악으로 부패하다 보니
그런 훈련이 필요했던 게지요
엄동설한 3층짜리 자기 집 밖에서 종일 쪼그려 앉아 있던 노인이
나에게 처음으로 커피 한잔을 건네고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이 전재산을 이미 등기하였고
며느리가 매달 노령연금마저 착복했다고 하더군요
팩트이니 굳이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진 않습니다만
폐지 박스를 줍는 노인에게 물어보니 부지런히 돈을 모아
한 푼이라도 자식에게 남겨주고 떠나야 한다는,
잘 먹지도 잘 입지도 않는 노인의 미소가 이른 아침 들판에 하얗게
하얗게 서리로 쌓이고 있었습니다
하지 마요 하지 마요, 개도 주인을 버리지 않습니다
개도 어미를 알아보고 끝까지 꼬리를 흔들고요 필요 없다고
귀찮고 성가시다고 요양시설로 보내진 않습니다
떠나기 전에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웃으며 음식을 먹으세요
추우면 따뜻한 옷도 입고 보일러도 훈훈하게 켜놓으세요
아끼느라 병들면 그 돈 더 듭니다
이런 얘기하기 좀 그렇습니다만
자식이라고 다 자식이 아닙니다
자식도 장성하면 각자 제 몫으로 살아가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늙어 떠날 때까지 자식에게 퍼주는 모성은
결국 자식도 부모도 다 망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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