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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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설
ㅡ 이 원 문 ㅡ
어멈아 이번 설에 손님 치례 하느라 고생했다
내가 그렇듯 너도 그 고생을 해야 한다
이 집 문중 며느리 치고 고생 안 할 며느리가 어디에 있겠니
고생 안 한 며느리가 어디에 있고
다 그렇게 사는게 인생이고 시집이란다
이제 설 지나 사 나흘 되었으니 올 손님이 없을 것 같구나
다들 그렇게 다녀 갔으니 누가 오겠니
큰일 다 끝났으니 집에 가 어머니 보고 오너라
네 친정 너의 엄마 말이다
아이랑 옷 깨끗이 입혀 가거라 너도 그렇고
내 강정에 엿 그리고 쌀 서너 말 퍼 놓았어 가지고 가
많지는 않지만 모자라면 더 달라 하거라
그래도 이 집은 쌀 가마니가 쌓였어
무엇인들 모자라겠니 그 쌀이면 가을까지 가고도 남을 것인데
너 고생 한 것 말할 것 같으면 그것으로도 모자랄텐데
가서 엄마도 보고 며칠 묵어 오거라 내 안부도 전하고
이 집 일은 쉬엄 쉬엄 내가 뒤치닥거리 할테니
걱정 말고 어서 가 날 저물라 날 저물기 전에 어서 가거라
멀어도 차 한 번 타면 되는데 뭐 어서 서둘러라
저 내 손주 놈은 지 외갓집 가는게 뭐 저리 좋은가
할미한테 인사도 안 하고 지 에미따라 그냥 가네
댓글목록
이혜우님의 댓글

그리운 친정에 간다는 마음은
얼마나 기쁠까요
귀머거리삼년 벙어리삼년 눈감고삼년
그 석삼년이 이제는 멀리 귀향 갔으나
명절의 며느리는 가장고통의 명절입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옛날에 정이 많았습니다
나눔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물질은 풍요로운데 정이 메말랐습니다
우리모두 건강들 하시길 소원합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명절이 없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눈 길 사고를 보면서
반가워요 이원문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