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비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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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비비며 / 정건우
내가 지났던 길이
누렇게 말린 이 면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겹게 찾아 헤맸던 길
다시 되돌아 나온 것이 몇 번이었나?
파출소처럼 흩어져 있는 내 오장육부를
구석구석 깊이 천착하라고
촉촉하고 탱탱한 너를 비빈다
홀로 오롯했던
오이채며 완두콩이며 반숙 계란을
때깔 명료한 객체를
시꺼먼 춘장 덮어 환장하도록 비빈다
비비면 비빌수록 끈적이는 소리
미끈한 면발을 휘감아
태고의 흙빛으로 빚어내는 소리
젓가락을 들 때마다 나는
아득하게 달뜬다
세상 먹고사는 일이란 것이 이렇게
후끈해지는 일이었더냐.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은 잘 비벼야만
그 깊은 맛이 더 우러나지 싶습니다
요즘 지인의 중국집이 건강 악화로 문 닫아 아쉽지만...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노장로님의 댓글

오래간만입니다
비빈다하고 생각하니
중학교 시험치러가서
아버지가 사준 그 짜장면 눈물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