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그 삭막한 날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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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그 삭막한 날의 그리움
-박종영-
추위가 어물쩡한 2월은, 설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올 때까지도
낡은 외투깃으로 찾아드는 썰렁한 바람이 얄밉기도 하다.
겨운 한나절 발품 내어 텃밭을 살피다가 차가운 겨울 이기고 돋아난
파란 보리가 안쓰러워 꾹꾹 밟아주니 움쑥한 풋보리 냄새가 난다.
산은 푸른 촉 움트는 기운에 움찔대고 먼 고향길 상큼한 내음이
사록사록 소리 밟히며 가슴에 와 젖는 봄 기척이다.
시하바다 건너 고하도 용머리 돌아오는 뱃고동 소리 듣고
겨울 내내 잠들어 있던 마른 잡풀이 귀를 세우는 2월은,
정녕 따스한 땅에서 봄을 꺼내 바람에 날려 보내는 달이기도 하다.
이즈음 변두리 허접한 선술집 곱다 한 주모의 눈웃음 섞어 마시는 낮술이
꼴깍거리며 넘어가는 소리 누추하여 시름을 달랠 길 없고
혼자 뒤척거리며 외로운 시간을 술기운으로 톡톡 건드려보는 2월,
서산동 째보선창 보리 마당에 빈 밥그릇 한 개 무참하게 뒹굴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 태어나서 솔찬이 먹은 나이지만 오늘처럼 하늘이 희뿌옇고 삭막한 것은,
처음 겪는 외로움이라 가까운 친구 불러 작배를 하고 싶어도
내 능력으로는 남향집 하나 얻지 못한 궁핍한 세월에 기가 죽어 혼자 추위를 탄다.
그래도 조촐한 밥상 앞에 놓고 숟가락 젓가락질 해가며 먹은 고두밥은
세월 돌아가는 음악보다 아름다운 젓가락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배부른 아침이 되고,
혼자 먹는 밥상이어도 상위에 얹힌 세월이 가슴 푸르게 먹히고 있어 즐거운 맛이다.
아무래도 귀를 막을 수 없는 궁극 한 2월을 셈하는 것은,
겨울 이긴 매화나무 가지에 젖꼭지 같은 꽃봉오리 움찔대는 소리 듣는 일이고,
2월의 첫 봄에 사립문 두드리는 소리, 그 손님은 아무래도
그리운 그대를 마중하여 하루를 기쁨으로 채우는 일이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불쑥 찾아온 한파 속에서도
메화 꽃망울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니
봄날은 어김없이 오긴 오나 봅니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