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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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캐 / 정건우
경비실 암캐가 어느 한 날
난생처음 가출을 하고 돌아와서
새끼를 일곱 낳았단다
경비는 이웃 아파트 경비와 사돈이 되었다고
적금 탔다며 난리다
두 해가 넘게 목에 둘린 사슬이 자꾸만 자꾸만
발길을 잡아챈다고
고리를 끌고 뱅뱅 돌았던 반지름 안의 공기가
제가 마셨던 세상 전부라고 시위하더니
바로 지척에 저를 빼박은
천치 같은 인연이 있었을 줄이야
기다렸던 세월의 두께만큼
모질게 잡아당겼던 미련의 끝을 따라
돌아오는 걸음마다 목단꽃처럼 찍혔을
그 선명한 그리움의 테두리
암캐는 퉁퉁 불은 젖꼭지를 중심으로
등을 구부려 새끼들을 가둔다
꼬물대며 똑같이 등을 오므리는 비린 것들
아아, 어미와 새끼가 함께 그린
저 황홀한 아치 라인.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시인님의 작품은 지난 것이라도 읽어봅니다
글이 참 깊어요
격에 맞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깔쌈'하다로 대신합니다
실상 팩트로 연계되는 언어의 이미지가 가공되지 않은 그물에 잡힌 활어 같습니다
자주 뵈올 수 있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눈이 귀한 대구에도 밤새 5~6센티 쌓였는데
강한 바람 탓에 서서히 지워지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격려 감사합니다 이종인 시인님.
동성로에 둘째가 살고 있는데 이번 눈으로 대구 시내가 무척 부산했었던 모양입니다.
대구는 원래 눈이 귀했던 모양이지요?.
포항도 1cm 정도 내렸다가 이내 녹아버렸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