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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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 정건우
아줌마 샛길로 갔네
베란다 밖에서 꼬드기는 햇살을 따라나섰네
심비디움 화분 안쪽에 봄이 왔다고
목덜미를 몇 번이나 고쳤네
객지에서 돈 버는 막내에게 가보려는지
보자기 동여매는 어미처럼
빈 방구석 창가에 쪼그려 앉은 봄
아롱아롱한 저기 산 어드메쯤에
눈앞이 온통 달아올라
어지러워 그만 넘어진 봄이 거기 또 있나?
아줌마 무슨 조급증이 그리 쨍하나?
콧방울을 어디서 발그랗게 오려 붙인 채
휘적휘적 지쳐서 돌아왔네
풀어 던진 스카프를 잠시 만져 보자니
손끝에서 버성기는 시려움
전기장판 한복판에 새우처럼 누웠네
겹이불 코밑에 끌어다 낮잠을 자려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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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진실이 풀려나서 고쳐지고 정리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봄은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