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서 있으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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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나무가 나를 불러내어 내가 숲에 들고
별 아래 저리 멀쭉이 서서 말없이 기다리는 나무에게
무슨 말로 인사 먼저 해야 할지
나의 피부가 이 숲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기를
서로 다른 이념과 인종 언어와 종교로 피 튀는 이 세상
이 숲 만은 순수와 평화로 가득하기를
더 자라서 어느 해 나를 가늠하던 해진 바지의 도끼 주인에게
몸을 내주어도 뿌리는 남아 다시 입이 돋고 귀는 자라서
낮은 바람에도 몸이 자주 굽고 더 일찍 흔들릴지라도
예전처럼 작은 입과 커다란 귀로 숲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겠지
다른 이들은 좁은 숲길로 달빛 따라 재잘재잘 멀리 가버리고
저 별빛 우리 둘 사이에 늘 함께해야 하니
내가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떨군 잎으로만 다가서려니
별빛조차 나를 자꾸만 나무라고 부르니
저 별빛에 행군 내 몸의 맑은 물기가 그대에게 전해질지
저렇게 별빛 사이 나무 서 있으니
고라니가 다녀간 빈 숲에 누군가 빛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숲조차 말을 하지 않으니
내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곧 홀로 서 있으니
나만 이 숲에 남아 밤새가 되어 한밤 울어야 하니
이 산 저 산 쩌렁쩌렁 울어야 하니
별빛 사이 끝내 말없이 나무가 거기 서 있으니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제 밤에는 구름 사이 별빛 쏟아지고
소나무 사이 달빛이 아름다워
아무리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보는 풍경 담아낼 수 없었습니다
고운 한 주 맞이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