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초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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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초대하다 / 유리바다이종인
몸은 늙어가나 눈빛은 선명하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스스로 낮아지는 법을 배운다
아예 큰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바람이 나를 툭툭 건드리며 모공 속을 드나들었다
오래도록 그러하기로
혹 아는 안면에 말이라도 통할까 하여
바람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바람이 나를 더 잘 아는 듯했다
저녁 준비하느라 종일 들판을 다니며 풀과 채소를 뜯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왜 밥상에 고기 한 점 없느냐 묻지도 않았다
음식을 다 먹은 바람이 긴 트림을 하며 일어났다
나는 그제야 숨겨둔 말을 했다
당신은 내 집을 떠난 후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왼쪽입니까 오른쪽입니까
바람이 돌아보며 웃었다
바람은 스스로 정하여 불지 않는다
오직 하늘에서 명하시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예, 이종인 시인님.
표표한 일상이 훤합니다.
얽매이지 않는 마음의 자유가 바람과 같습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정건우 시인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이 안부처럼 걱정되는 저녁입니다
저는 낮에는 조용하던 것이
밤이면 쿡쿡 쑤셔대는 진통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하면 진통을 다스리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