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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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 유리바다이종인
5, 60년대에는 잘 먹으면 보리밥이다
동사무소에서 물과 밀가루를 줄 서서 배급받았던 시절이다
따로 차려진 아버지 밥상과 자식은 구분되었다
엄니와 우리는 까칠 보리밥을 먹었으므로
방귀가 자주 나왔다
누가 방귀를 뀌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웃었다
유달리 내가 방귀가 잦았는데
방귀는 내가 뀌는데 왜 천정에서 벽 속에서 쥐들이 돌아다녔나
원숭이가 털을 고르듯 머리카락을 뒤적거리며
들끓는 이와 빈대를 서로 잡아내며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엄니는 자식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아버지 어무이요 몸이 너무 따끔거리고 가려워요
그래도 툇마루 기둥 소쿠리에 찐 보리쌀이 흔들리고 있었다
배급받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빚은 수제비 칼국수여
그때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건만
지금 별미로 몇 차례 먹어도 왜 질리는지 알 수 없구나
피자파이 햄버거를 시켜 먹는 자식들에게
나는 내가 먹고살았던 보리밥을 차마 설명할 수 없었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시대가 변하고
먹거리 풍부해졌어도
아직 대전엔 묵마을이 있고
보리밥 찾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고운 3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