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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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의 언어 / 유리바다이종인
밤새도록 강풍에 비가 수평으로 때리더니
아침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3월 초 인사 한번 거창하구나 마치
선과 악이 치열하게 싸우는 듯하다
눈이면 눈(雪)이고 비면 비(雨)지
섞어서 내려줄 수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한다
땅에 속한 존재는 빛과 비와 공기로 연명해도
그저 천지기상 정도로 알지만
나는 하늘 입장에 귀를 기울이며 살았다
언제는 진눈깨비가 내린 적 없었느냐
옛 것은 옛것이고 지금은 지금일 뿐이다
찬성이냐 반대냐 그 차이다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린다는 것은
무릇 사람의 몸은 한 가지 몸이로되
목적이 다른 선택의 두 길이라는 뜻이지
진눈깨비가 현란하게 춤추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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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나는 하늘 입장에 귀를 기울이며 살았다
절창입니다.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