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업(詩業)이 천직이었네(2) / 박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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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업(詩業)이 천직이었네(2) / 박얼서
밤과 낮, 계절을 늘 궁금하더니
바람과 구름, 눈과 비를 좋아하더니
새벽을 유난히 좋아하더니
화들짝 벙근 홍매화보다는
입춘 정월의 꽃망울을 한껏 좋아하더니
이론보다는 현장을
여행과 걷기를 좋아하더니
강물보다는
그 줄기와 흐름을
역사보다는
동굴 속 신화를 더 좋아하더니
뭔가를 그토록 갈망하더니
낯선 그들을 쉼 없이 갈망하더니
오늘을 아파하더니
길 위에서 늘 아파하더니
파도를 사랑한 몽돌처럼
닳고 닳더니
이런저런 생각들로
닳고 닳더니
낮과 밤, 눈비 풍운에 담긴 큰 뜻을 알고
시종불이(始終不二)를 알고
삼라만상의 존귀를 알고
서로의 존엄을 알고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마음 아파하더니
그대 결국은 시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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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시인은 존경 받아야 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