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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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바람 / 유리바다이종인
나는 일천 이백 고지에서 뚜벅뚜벅 산을 내려와
조용히 불씨 하나 없이 마을로 내려갑니다 이제는
세월 오래라 촌(村)이라 할 수 없는 고층의 마을입니다
제법 개인의 전원주택도 즐비해요
나는 부드럽게 걸어가며 말합니다
시마을이여 당신이 사는 22층 옥상 구석에도
야생 어미 오리가 몰래 알을 낳아 품고 있습니까
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모성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까
깨어난 새끼들을 위해 사람이 이소를 도우며 보내주고 있습니까
나는 혼자 걸어가도 마을이 다 보입니다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고 춤을 추어도 참 좋은 마을
나는 그래서 혼자서라도 뚜벅뚜벅 산을 내려왔습니다
높은 산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별빛이
낮은 마을에 와서야 왜 선명하게 빛나는지 알 수 없어요
인생의 머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인생의 가슴은 낮아야 보입니다
시마을이여 옛 일을 잊었습니까
옛 일은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거울입니다
내가 혼자 뚜벅뚜벅 산을 내려오는 작은 바람이듯이
당신도 부드럽게 오가며 이야기로 피어나는
천 가지 만 가지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바람은 지금도 소쩍새 소리가 들리는데요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높고 내림이 있기에 아름답습니다
인생은 산이라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