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되는 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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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되는 영계
노장로 최홍종
사과상자 몇 개를 헌 옷가지 포대기에 둘둘 감싸고
안쓰러운 마음에 백열등아래 따스한 온기 속
작은 부리가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시끄럽고 토닥거리는 왁자지껄한 퉁탕거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벌어진 그림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노란하얀 토종 닭 병아리들이 장난인 듯 싸움인 듯
어울려 다투는 귀엽고 풋풋한 모습이 뇌리에 선한데
언제냐는 듯이 인정사정도 볼 것 없이
하얀 속살을 뒤집어쓴 어중간한 모양들이
털은 다 벗겨져나가 베를 쪼개고 그 속에 뭔가를 잔뜩 채운
순전히 이런 끝을 보기위하여
잘 자라고 이렇게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웠다니
털과 내장을 말끔히 뺀 영계가 목도
모가지도 댕강 잘리고 두 개밖에 없는 발모가지도
이쪽저쪽으로 댕강댕강 잘려 찜이 되려나 구이가 되려나
통째로 삶은 음식이 보양식이 되었구나.
2025 4/4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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