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앞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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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 앞에서 3 / 유리바다이종인
어미와 자식이 늦은 밤에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풍란의 모촉에서 젖과 꿀이 냇물처럼 쉼 없이 흘러도
이역만리 푸른 죄수복 같은 옷 한 벌 걸치고
늦은 밤에 문을 두드려도 괜찮습니다
내 삶이 처음부터 약속한 적 한 번도 없었으나
그저 그리워 문을 열어둔 채 살았을 뿐이지요
나 육신의 두꺼운 옷 벗어던지고 떠난 뒤에
밝은 미소로 문을 두드려도 괜찮습니다
내 집은 항상 문이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문을 열고 닫는 것은 내 뜻이 아닙니다
약속은 미리 하늘이 정하는 것이며
약속대로 이루는 일도 하늘이 하는 일이죠
층층 인연의 매듭으로 엮어 만나는 법이지요
그림자 같은 인생사 영원히 새로 사는 생명이면 참
참 좋겠어요
사람 하나 없는 나무와 절벽을 타고 뿌리를 내리며
그래도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있으므로 하여
모진 파도 속에 내가 치유되는 행복입니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지금 우리나라가
풍란 앞에 등불입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바람 앞에 등불을 일러 풍전등화라 하지요
시인님 저는 풍란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