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농사꾼 그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 설익은 농사꾼 그녀 *
우심 안국훈
별빛조차 없는 밤에도 파도치고
아무도 없는 들판에도 봄꽃 피어나고
누가 듣지 않아도 산새는 노래 부르는데
잠시 쉬지 않는 세월의 강은 깊어져만 간다
은퇴 전에 장만한 시골 텃밭
노루망 울타리 쳐도 뻥뻥 구멍 뚫고 들어오는
고라니는 치타보다 더 빨리 도망가고
멧돼지는 날마다 텃밭을 갈아엎으며 동업하자고 한다
하늘과 땅 사이 존재하는 것은 위대하지만
코끝에 전해지는 풀향기는 자연의 진심
내 편인 혈육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언제 끝날지 모를 체력과 인내력과 싸움 중이다
좁쌀만 한 씨앗이 아름드리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듯
날마다 손톱 만큼씩 자라며 단단해지는 하이얀 슬픔의 뿌리
서서히 깊어지는 땅속 어둠에서 헛기침하며
초보 농사꾼 그녀의 보드라운 맨손을 그리워한다
댓글목록
홍수희님의 댓글

아...전원 생활은 낭만적으로만 상상하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시인님~ 무조건 건강하셔야 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아침입니다 홍수희 시인님!
몇 년 전과 달리 요즘 은퇴자 교육에서
강사들이 귀촌 귀농하는 순간
골병 들고 후회할 것이라서 만류한다고 합니다
슬기롭게 귀농 생활하면 오히려 의미 있고 행복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