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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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기술
노장로 최홍종
옛날에는 읍사무소가 있고 제법 큰 동네에는
으레 동네에서 제일 큰집 정미소가 짙은 먼지를 덮어 쓰고
여름 내내 벼농사지어 집안 곡간에 나락 가마니
쌓아두고 쳐다만 보아도 흐뭇해 참고 참다가
자식 놈들 서울 학자금에 몇 가마니 지고 나선다.
쌀 빚어주는 돈 만들어주는 동네 제일부자 정미소에
기름때 묻은 낡은 발동기 터빈이 수세기를 풍파에 시달려온
나무 판데기 벽들이 울고 서있는 어수룩한 정미소에는
여러 개의 어지러운 벨트가 온통이고 소란하고 시끄럽다
숨을 죽여 힘들게 발동기 돌리며 힘깨나 쓰던
전기 들어와 팽팽 잘도 돌리니 더더욱 좋고
무디고 무거운 굳은 굵은 둥근 바퀴는 불평 한마디 없이
짙은 숨 막히는 먼지 속에도 하루 종일 웃는다.
작은미소넘치는햅쌀이솔솔기쁜얼굴로속삭인다.
볍씨가 묘판에서 자랄 때도 좋았지만
소나기 빗속에서 흠씬 비 맞고 취해서 좋았고
가을바람에 고개를 푹 숙여 겸손한 나락 알이 좋았고
풍성한 가을 수확함이 지금이 더 좋구나.
오늘도 좋지만 내일은 더 좋고 봄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변하니 좋고
비 오는 날은 촉촉하고 쉬게 해주니 좋고
날씨 맑고 개이니 기분도 상쾌하여 더 좋고
아이들은 천진스럽고 순수해서 좋고
어른은 지혜롭고 슬기롭고 약아서 더 좋고
아픔은 그 또한 지나가고 아픔과 슬픔을 잘 이기면
기쁨도 따라 올 것이니...
2025 5/24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좋아 아이 좋아
행복이 줄 지어 들어옵니다
전 매일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됨에 매일 감사합니다
천국이 이 보다 좋을까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시골마다
발전기로 돌리는 불안불안한 방앗간이 있어
명절마다 줄을 서곤 했습니다
세월 따라 변하는 인심과 기술 속에
마음 편안하니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