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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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 굽기 *
노장로 최홍종
섬진강 참게에게 손가락 물린 드럼통을 젖은 음악에 맞추어
멍이든 비게 덩이를 납작하게 길게 토막 내어 눕히고
불쏘시개도 없이 밥통 뚜껑을 열고 캄캄한 숯검정이
한강대교를 기어오르며 혼자 있는 방구석에서 속을 태운다.
등짝이 검게 멍이든 노인이 웅크리고 불앞에 앉아 있다
매일 가게 문을 여는 시점은 우연히 알게 되었을까?
목이 마르며 침이 고이면 그냥 한사코 욕지거리를 할쯤엔
낡은 창살 속에 불에 그슬린 통닭이 허공중을 날아
살포시 쿵하고 앞마당에 내동댕이쳐지면서 침입했다
육질은 하얗게 벌겋게 거무죽죽하게 우겨 쌈을 당하고
은총을 받아 은연중에 처녀 엉덩이 마냥 커지고 토라졌다.
나의 허기진 궁댕이와 초점이 맞아 지글지글 거린다.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벌써 흑점이 불집게를 나무란다.
기세는 이미 산돼지를 잡아 뼈째 한 마리 씹어야
어금니가 근질근질 거리고 며칠 허기진 몸은
마치 감기 몸살에 인풀루엔자에 걸린 육신처럼 바르르 떨린다.
이때쯤이면 모두 떠난 눈들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한 우물 파고 장마 비는 쉼 없이 죽죽 거린다.
늦게 퇴근한 김씨도 연장통 무게를 의식하며
뒷다리를 움켜잡고 여자의 다리로 여기며 혼이 나갔다
큰 마음먹고 이번에 해 넣은 틀니를 잔인하게 씹어 삼키며
하루도 빛나는 슬픔의 무대가 점점 페이드 아웃된다.
2025 6/11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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