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말이 뒷덜미를 잡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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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말이 뒷덜미를 잡다 &
노장로 최홍종
초승달이 마을 어귀의 장승 영감님께 살짝 붙어 서서
호소하며 하는 소곤거리는 개구리 알 까는 말에
흠칫 놀라 팔을 걷어 부치며 뒷말이 삿대질하며 나서니
그런데 쯥쯥 거리더니 캄캄한 그믐밤에 동네 개가
담벼락을 냅다 들이박고 도망치는 양상군자님을
컹컹 짖어 온 동네를 휘휘 휘졌고 넘실거린다.
바람난 젊은 아낙이 진즉부터 훤한 대낮부터
이웃 부잣집 젊은 남정네와 눈이 맞아
몇 번인가 소나기가오고 골목을 흙탕물이 휩쓸고 지나도
이마에 주홍글씨를 호적을 파야한다고
이미 적어 쪼아낸 묘비명에는 어쩔 수 없고
눈감고 모르는 척 하자고 입술은 까맣게 타고
훔쳐가 먹어치운 물새알은 이미 산통을 깨었으니
마술사의 검은 보자기를 들쳐보아도 다소곳이 머리를 조아려
큰 가오리회의 잘 삭혀낸 항아리 뚜껑을 열자마자
코를 툭 쏘는 삭힌 썩은 감칠맛 나는 뒷맛을
발가벗겨진 어린통닭을 먹이에 굶주린 징글거리는 사자가
뒷말이 갈지자 춤을 추고 빼죡한 코가 땅을 쳐 박아도
뒷덜미를 잡고 죽기 살기로 달려오니
물위에 써 둔 이름은 지워야 할 것 같다.
2025 6/19 시 마을 문학가산책 시인의향기란에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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