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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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바람 / 유리바다이종인
97년 IMF 오고 부모님 평생 물려준 유산
2억 2천만 원 한국춘란 사업에 망하고 여러 발버둥 쳤지
남대문 동대문 새벽 물건 내려 옷장사도 했지
나중엔 길거리에서 길게 옷을 빨래처럼 널어놓았어
여자 하나가 참 예쁘고 날씬하더구먼
안 사도 좋으니까 이쪽으로 함 와봐요
보라색 원피스를 입혀 놓으니까 마누라보다 더 따뜻했다
한 6개월 진짜 마누라처럼 같이 살았어
돈 없으면 바가지 빡빡 긁어대는 마누라보다 부드러웠지
그게 30대 초 나의 첫 번째 바람이었어
병신새끼라고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만 하면
장인어른에게 귀싸대기 맞아가던 그 추억들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아가고
더우면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어쩌면
왜곡 모순 본능의 삶인 거 같다는 생각 가끔 해본다
아프기도 하지만
두 번째 바람은 나중에 시간 나면 얘기해 줄게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詩는 다방면에서 유추되는 추상화, 그림과 같다
마법의 글 테크닉이 얼마나 공감을 불러오겠는가
詩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시인의 글은 어쩌면 자기를 까발리는 곳에서 물이 흘러간다
고정되고 얽매이지 않는 물은 절대 부패하지 않는다
피가 흐른다는 뜻이다
- 유리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