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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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安熙善3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4회 작성일 18-11-13 00:56본문
화사(花蛇)한 마을 / 안희선
옛날에, 아주 옛날에
따사로운 감정과 애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계절을 통하여
한 나무가 될 줄도 알았고
퍽이나 예의 있는
언어도 공용어로 쓰이곤 했다
그러나 배암이 꽃처럼 나무에
똬릴 틀고난 후
날름거리는 그 혓바닥 위에서
나무는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제일 후에 알아야 할, 눈치로운
침묵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일밖엔
할 것이 없어
온몸엔 가느다란 나무가지만
별다른 뉘앙스 없이
솟았다
한때는 나무다웠던 사람들도
그렇게 냉혹의 제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나무가지를 잘라서,
속안의 힘줄을 쳐다보면
더욱 잘 견디기 위해
말을 하고 싶어도
그저 제 가슴의 비굴한 발자국 소리만
듣는 망연한 경련이 보인다
더욱 잘 묵묵히 있기 위하여,
그냥 바라보며
칭칭 감겨오는 꽃배암의 포박 안에서
그 어떤 말을 듣더라도
절대로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는데
아담과 헤와 이들 이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동동거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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