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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비권 / 안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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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호월 안행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17-09-26 11:20

본문

묵비권  / 안행덕

 

 

치과 의자에 앉은 나는

회칠한 무덤에 앉은 듯 모골이 선다

머리 위의 서치라이트는 내 속에 숨겨놓은

비밀을 캐내려는 듯 강렬한

문초를 시작한다

지은 죄가 많은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묵비권으로 맞선다

 

 

치료기에서 내는 드릴 소리는

퍼런 칼날에 물을 뿌리던 망나니처럼

인정을 두지 않는다

늘인 목을 더는 늘릴 수도 없고

두 주먹을 꼭 쥐고 5분을 5년처럼

변증법에 호소를 하며

법대로 하라고 묵비권으로 맞선다

2009년

2009년 월간 문학광장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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