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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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맘 때
전깃불 없는 시골의 겨울밤은
태초의 흑암과 깊음의 시간에 머물고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부친(父親)은 얘기책을 읽으며 밤을 쫓고
찬바람이 창호지 문을 두들겨도
허접스런 옷을 걸친 어머니는
구멍 난 식구들의 양말짝에
밤새 낡은 천 조각을 갖다 붙였다.
칠흑으로 덮인 산촌마을에
적막(寂寞)을 깨는 다듬이 소리는
일정한 선율(旋律)의 시간을 구성하여
지루하고 긴 밤에 낭만을 안겨주었고
별들은 허공에 얼어붙어
아침이 오기를 고대(苦待)하지만
이따금씩 개짓는 소리가
한 곡조 피리소리처럼 정겹기만 했다.
불빛이 찬란(燦爛)한 시대에는
그 시절 관습과 양식이 사라졌지만
마음 깊이 저장(貯藏)된 데이터를
겨울 이맘때면 나는 불러오기를 한다.
2018.12.14
댓글목록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먼 옛날 잊었던 추억이
한꺼번에 살아 돌아 오네요
군불 때고 군고구마, 군밤 구워먹던 시절
그 시절이 참 좋았다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시간 되십시오^^
백원기님의 댓글

다듬이 방망이소리 장단맞추고 구멍난 양말 꿰매던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운 추운 겨울밤인가 합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시인님
옛날을 그대로 그려 주셨네요
저는 그 옛모습을 보고 부딪기며 자랐기에
다시 한 번 회상 해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머리에서 사라져 갈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전깃불 없는 시골 집에서
부친은 얘기책을 읽으시는 소리
찬바람이 창호지 문을 두들기는 소리
구멍 난 양말짝 꿰매시는 어머니의 손길
모두가 추억이요 그리움입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좋은 시절이라 생각 됩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겨울은 더 춥고 배고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화롯불에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꽃 피우고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넣고
맛있는 간식 먹던 시절이 행복이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마음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