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겨울과 봄 사이 / 안희선
겨울이 내지른 혹한 끝에
수척한 몸을 푸는 나무들이
으시시 경련을 한다
허공의 한 소절 바람노래가
푸르게 적나라해지면,
행려병자 같은 대지도
마른 풀 한 가닥에 스민
오랜만의 생기(生氣)를 인질로 삼고
빛에 굶주린 가슴을 풀어 헤친다
해마다 일어서는 생명의 반복 앞에
저승말로 두런대는 씨앗들의 고함소리
사랑이 없는 곳에 더 이상 꽃 피우기 힘겨워,
으악 몸서리를 치는 소리
아, 고사목 같은 혼(魂)들이
유령처럼 떠도는 인간세상을 향해
주저하며 다가서는 봄은
또, 어떤 넉넉한 눈물로
저마다의 자폐증을 앓는 가슴들에
한아름으로 오를 것인가
댓글목록
홍수희님의 댓글

...하긴 세상이 너무 차갑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 따스한 분들도 참 많은 것 같아요~
시인님~ 새해에는 꼭 많이많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