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겨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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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겨울 강
- 세영 박 광 호 -
얼음 얼어 눈 덮이니 하얀 설원 이루고
침묵한 듯 그 저변에 소용돌이 아픔을 안은 채
오늘도 끊임없이 흘러만 간다.
철부지한 날의 병정놀이
강을 사이로 숱한 날 총 쏘아대던...
도하작전이라 뛰어든 강물에 총알은 비 오듯 박히고
찌들고 헤진 군복사이 선혈은 낭자하여 강을 붉히며
숨져간 숱한 청춘의 꽃들
어느 해 6월은
그렇게 상흔(傷痕)을 강물 속에 남겼고
또, 눈 쌓여 얼어붙은 강촌에
폐허된 빈 집들은 밤마다 도깨비 장난질치고
무심한 초가지붕 고드름도
밤새 총알받이 되어 부러진 상처로 뒹굴던 그날 밤
총 맞은 인간은 멧돼지처럼 결빙된 강을 밤새 기다가
바윗돌처럼 얼어붙어 숨 저 갔다.
어느 해 1월은 그렇게 상흔을
강얼음 위에 남겼다
반세기 넘도록 조국분단의 아픔은 여전하고
마음이 이어지다 끊어지길 반복하며
쉽사리 분단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남과 북
밉지만 혈연의 정은 끊지 못하고
허송세월만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우리들의 자화상
己亥年 오늘도 겨울 강은 침묵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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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기님의 댓글

올해도 겨울강은 침묵속에 종착지를 모르는곳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