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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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전봇대 하나 없는 그 길은
바람이 언제나 나와 동행했다.
낮달은 산마루에 걸려있고
달은 내가 가는 길을 늘 살펴보았다.
지르맷재를 넘을 때면
머리카락은 송곳처럼 곤두서고
두 무덤 사이를 지날 때면
주기도문은 샘처럼 흘러나왔다.
연골(軟骨)이 경골(硬骨)되기 전
보폭(步幅)이 짧던 사내아이는
노상 그 길을 혼자 걸으며
길에 대하여 골몰(汨沒)하였다.
철학(哲學)이 깜깜했던 소년은
길에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에서 그 때를 회상(回想)하니
그 길이 나의 사범(師範)이었다.
스스로 해득(解得)한 사리(事理)를
뒷사람에게 이제는 전할 수 있다.
그 길을 걸은 거리만큼
그의 족적(足跡)에 위엄(威嚴)이 서린다.
2019.3.24
댓글목록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어린 소년은 길을 걸으며 사색했고
그 길 위에서 터득한 삶의 철학을
이제 후손들에게 가르쳐주시네요
길을 걸으며 하는 사색 참 좋아보입니다
귀한 글 감사히 감상합니다
바람이 많이 붑니다
건강한 휴일 저녁 되십시오^^
하영순님의 댓글

역사책 한 페이지를 읽고 갑니다
박인걸 시인님
백원기님의 댓글

어린시절 시인님께서 걷던 길은 훗날 훌륭한 선생님으로 남아 있나 봅니다. 살아감에 필요한 철학적 사고를 주입시켰나 봅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시인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지나온 길
깨달음이 삶의 좋은 철학이 되는 것 같아요
홍수희님의 댓글

그렇네요..
그저 꽃길을 걷거나 평탄한 길만 걷는다면
마음에 얻어질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시인님~ 편안한 오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