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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연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6회 작성일 19-03-2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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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블랙박스  /  이각구
  
 
어두운 터널을 들어서자
여기저기 비상등이 끔벅거리고
길바닥은 흥건한 욕정이
곳곳에서 새어 나와 고였으며
차를 멈추기엔 이미 늦어버린 이성은
광인으로 둔갑하여
온통 부딪치며 발광을 했다
 
중력을 잃고 유영하던 희열은 마치
무서운 꿈속에서 깨어난 듯이
가쁜 숨을 고르며
이성이 되돌아 앉고 있을 때
동승자의 가냘픈 흐느낌이 들려왔다
 
"아팠어? 미안해"
마땅한 위로 말이 떠 오르지 않아
그 첫사랑
관능의 머리만 쓰다듬고 있는데
"미워"
어둠 속에서 짧은 응답이 들려왔다
저만큼 당당하게 현장을 떠나고 있는
광인의 뒷모습은 이상하게도
이성을 쏙 빼닮아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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