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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들이 모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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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돌샘이길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4회 작성일 19-06-23 09:43

본문

<詩들이 모이는 곳>
      - 시 : 돌샘/이길옥 -

쓰레기 하치장을 지나는데
악취에 섞인 이야기들이
쉬파리 발바닥에 밟혀 있다가
바람에 묻혀와 귀속을 파고든다.

귀속을 찾아들며
투덜대는 하소연을 정리하려고
신경에 전원을 높이니
쥔 여자의 낭비벽에 희생된 단색 팬티가
최신 유행의 꽃무늬 팬티에 당했다고
땅을 치며 억울함의 손톱을 세워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핏대를 세우며 게거품을 물고
열에 데여 붉으락푸르락 감정 억제를 못 하는
멀쩡한 책 한 권이
제 속을 확 뒤집어 까발리며
무식한 놈이 자기를 무시해 거들떠보지 않고 버렸다고
깨알 같이 박힌 응어리를 털어낸다.

막 등을 돌리는데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발길을 막으며 목덜미를 잡고
푸념을 널어놓는 동안
쓰레기 하치장에서는
하소연들이 산란한 詩들을 모아놓고
오뉴월 따끈한 햇살이
포근한 둥지를 틀어주며 등을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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