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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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90회 작성일 17-12-27 10:14본문
맛의 단상
- 강촌역에서 -
이영균
칠색 조, 칠면조는 못 돼도 여러 번 털을 갈아입지요
그 옷이 다 벗겨지면 화려한 숲 속에
몸을 숨기며 맛나게 요리되길
사실은 그건 약육강식의 위곡이지만요
벼슬은 야망이라고 소리치는 건데도
보지 못하는 이들은 털만 뽑지요
잠든 사이 노란 털옷을 누군가 벗겨 가더니
몸집이 좋아질수록 요염하게, 아니 먹음직스럽게
제법 귀골인 듯 최상품 인증을 받고 나서
제모기(除毛機)에 들어가 홀라당 벗는
목욕 아닌 모욕을 당하고 나면
위생검열이 끝나기 무섭게
대형 냉동고에서 시퍼렇게 얼지요
그때도 난 또 다른 옷을 생각하지요
출사엔 피나는 고생 아니
털을 가는 인고는 필연이라고 하죠. 적어도
토막이 날 때까지는 요
황급히 야채 속으로 몸을 숨겼는데
아뿔싸 그건 옷이 아니었어요
내 몸을 먹어치우기 위한 미끼였지요
기왕이면 노릇노릇 맛나게 죽어주자 마음먹고는
입속으로 뿔뿔이 나뉘어 먹혀주면
남은 그 몇 점도 밥 볶아 끝장을 내더군요
순식간에 출사는 결국 거기까지
이를 쑤시며 나서면 나는
그 밖에서는 그 밖일 뿐 저들에게는
다만 춘천닭갈비 쫀득했다는
기억뿐이겠지요
날개는 비명에 가도
* 2004년 5월 격월간 좋은문학 신인상 등단
댓글목록
이혜우님의 댓글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칠면조, 칠색조의 생을 이세상과 견주어 보며 깊이있게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