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農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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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農夫)
나의 아버지는 농부였다.
아침 해가 동해에서 잠잘 때
아버지는 쟁기를 들고 둑길을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식솔이 무거워
짧은 여름밤 잠도 줄여야 했다.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워
누워 있는 것이 불안하였고
잡히는 대로 일을 해야
뒤주 간 곡식을 채울 수 있었다.
잦은 낫질에 베인 손마디는
꿰맨 고무신짝 같고
고된 호미질에 열 손가락은
아궁이 속의 부지깽이가 되었다.
모내기에 허리가 휘고
온 종일 피사리에 다리가 휘청인다.
한 여름 뙤약볕에 콩밭에 엎드리면
긴긴 해가 서산에 걸리도록
달개비를 뽑으며 땀을 쏟았다.
노예처럼 노동해도 소득은 줄어들고
춘궁기의 농부 가슴엔 고름만 고였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논둑을 지키고
여름가뭄에 가슴은 숯이 된다.
개미보다 더 열심히 일해도
쌓이고 늘어나는 것은 빚이었으니
에어컨 바람을 쐬며 쇼파에 앉아있노라면
아버지 생각에 죄스럽다.
2019.7.16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우리의 부모님들 참 고생 많았습니다
지금의 사태 염려입니다
되 돌아갈까 염려가 큼니다
우리 후손들의 앞날이 밝아야 할 것인데,,,
조용히 잠시 화해가 되길 손모아 기도합니다
비가 지나온 자리에 하늘이 맑고 청명하듯
더 좋은 관계로 양국의 발전하는 단계가 되길 빌고 또 빕니다
감사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우리 나라는 농업국가 인데 농업을 박차고
떠나 외길을 걷고 있는 셈이지요.
농촌은 페허가 되어가고 도시로 도시로
몰려 와 도시만 부자 되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였다.
가슴이 뭉클하는 한 구절입니다.
정말 아버지께서는 휼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고생은 말할 수가 없었겠지만요.
그 때는 대개 개미보다 더 열심히 일해도
쌓이고 늘어나는 것은 빚이었지요.
너무 잘 묘사해 주셔서
농부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藝香도지현님의 댓글

한국사람치고 윗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농부 아닌 사람은 없었지 싶습니다
요즘은 농사도 과학화 되었지만
예전엔 단지 하늘과 내 손으로 해야했기에
참으로 고생들 많으셨죠
감사히 감상합니다
행복하시고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
안국훈님의 댓글

요즘 작은 텃밭을 가꿔도
날마다 잡초와의 전쟁을 치뤄야 하는데
농부의 발걸음 얼마나 고단하랴 짐작이 갑니다
담방울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
농부의 마음으로 살 일이지 싶습니다~^^